태경 씨 3남매는 북한에서 소문난 수재 가족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헌신 덕분에 태경 씨와 남매들은 모두 명문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출신 성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이나 취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태경 씨의 꿈과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자유롭게 살 수 없는 현실은 태경 씨에게 큰 좌절을 안겨 주었습니다.
“31살이 되었을 무렵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탈북을 결심했어요. 꿈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남한으로 오게 되었죠.”
남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태경 씨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이어 갔고, 돈을 벌기 위해 여러 현장을 찾아다니며 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책임은 큰 부담이었고 갑작스럽게 건강도 악화되어 돈을 벌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꼭 쥐고 있던 희망을 놓지 않았어요. 열심히 사는 탈북민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이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태경 씨는 남편의 권유로 남편의 고향인 전남 완도로 귀농을 결심했습니다. 완도에서 무얼 할까 고민하며 지내면서 남편의 친척과 함께 쑥을 채취했습니다. 친척분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일을 이어나가기 힘들었고, 그래서 태경 씨에게 쑥 사업을 맡기셨습니다.
“완도에는 제 친척처럼 나이가 많아서 힘든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소일거리가 필요하신 노인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모여 다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쑥은 생산량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는 없었어요. 그렇게 저는 지역 노인 분들과 일년 내내 일하기 위해 완도의 특산물인 쑥과 굴, 그리고 반건조 생선을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숨쉬는효소마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농업회사법인 숨쉬는효소마을은 전남 완도에서 쑥, 굴 그리고 반건조 생선을 가공해 판매합니다. 쑥은 채취 후 삶아서 냉동해 주로 떡집에 납품합니다. 향이 진하고 맛이 좋은 자연산 쑥을 위해 동네 어르신들이 직접 쑥을 다듬습니다. 또 신선한 굴을 채취하고 껍질을 까며, 제철에는 활어를 가공해 반건조 생선도 만듭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지역 어르신들이 함께 일하며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덕분에 20명의 마을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를 얻게 되었고, 이웃집에 사는 베트남 새댁 2명도 쑥을 캐며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쑥과 굴을 채취하고 다듬는 일부터 포장까지,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없으면 쑥과 굴, 생선 가공의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주민들이 기꺼이 동참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껴요. 북향민으로서 떳떳하게 자리 잡고,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저를 더 행복하게 만들죠.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역 이웃들과 함께 더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 온 꿈이에요.”
태경 씨는 앞으로도 마을의 어르신,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완도의 특산물을 널리 알리려고 합니다. 태경 씨가 어르신들과 함께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숨쉬는효소마을의 자립을 응원해 주세요!